서막: 영혼의 속삭임
서울, 2024년 겨울.
밤이면 밤마다 같은 꿈을 꾼다. 새하얀 눈이 내리는 밤, 누군가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달려가보면 그곳에는 소녀들이 둥그렇게 모여 있다. 검은 교복을 입은 소녀들의 손에는 촛불이 들려있다. 그리고 중앙에는... 피웅덩이가 번져나간다.
형사 강민우는 식은땀을 흘리며 눈을 떴다. 15년차 베테랑 형사지만, 요즘 들어 이상한 꿈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꿈은 점점 더 선명해지고 있었다.
"형사님, 사건 발생했습니다."
휴대폰이 울렸다. 새벽 3시. 강남의 한 골목에서 시신이 발견됐다는 보고였다.
제1장: 피의 서막
현장에 도착했을 때, 강민우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시신은 마치 예술 작품처럼 전시되어 있었다. 젊은 여성의 시신은 완벽하게 조각상처럼 자세가 잡혀 있었고, 그 주변으로는 촛불이 정교하게 배열되어 있었다.
"이런 건 처음이네요."
강민우의 파트너인 신입 형사 윤하진이 중얼거렸다.
피해자의 몸은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었다. 단 한 군데의 상처도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분명히 죽어있었다. 더 충격적인 것은 피해자의 표정이었다. 그녀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건... 마치..."
강민우의 머릿속에서 어떤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20년 전, 그가 아직 순경이었을 때 들었던 이야기. 명신여고 사건.
"과장님, 혹시..."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두 번째 신고가 들어왔다. 이번에는 강북의 한 공원. 또 다른 시신이 발견됐다는 보고였다.
제2장: 과거의 그림자
두 번째 현장은 첫 번째와는 완전히 달랐다. 시신은 공원 분수대 한가운데 설치되어 있었다. 물은 붉게 물들어 있었고, 피해자의 몸은 마치 발레리나처럼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뭔가 이상해요."
하진이 현장을 둘러보며 말했다.
"이건 단순한 살인이 아니에요. 마치... 공연 같아요."
강민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같은 생각이었다. 이것은 누군가의 작품이었다. 광기어린 예술가의 작품.
법의학 감식반의 보고는 더욱 충격적이었다. 두 피해자 모두 독특한 약물에 의해 사망했다는 것. 그리고 그들의 혈액에서는 이상한 성분이 발견됐다.
"이건..."
담당 법의관이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20년 전 명신여고 사건과 동일한 성분입니다."
그 순간, 강민우의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깨어났다. 그의 꿈에서 보았던 장면들이 현실과 겹치기 시작했다.
제3장: 20년 전의 진실
명신여고 도서관 지하 서고. 먼지 쌓인 자료들 사이에서 강민우와 하진은 오래된 진실을 찾고 있었다.
"여기 있어요!"
하진이 낡은 학교 앨범을 꺼냈다. 2004년도 앨범. 그리고 그 안에는...
"이게 무슨..."
한 장의 사진이 들어있었다. 열다섯 명의 소녀들이 찍힌 사진. 그들은 모두 검은 교복을 입고 있었고, 손에는 촛불을 들고 있었다.
제4장: 잊혀진 의식
"이 사진 속 인물들을 찾아봐야 합니다."
강민우는 오래된 사진을 들여다보았다. 열다섯 명의 소녀들. 그들의 눈빛에는 뭔가 이상한 것이 깃들어 있었다. 공포? 아니면 광기?
"찾았습니다."
하진이 낡은 학교 기록부를 펼쳤다.
"이상해요... 이 학생들 대부분이 졸업 직전에 갑자기 전학을 갔어요. 그것도 모두 같은 날에..."
강민우는 사진 뒷면을 살펴보았다. 희미하게 무언가가 적혀있었다.
'영원한 생명을 위한 의식. 우리는 새롭게 태어날 것이다.'
제5장: 어둠의 예술가
세 번째 시신이 발견됐다. 이번에는 한강변의 조각공원이었다. 피해자는 청동상처럼 포즈를 취하고 있었고, 그의 피부는 금빛으로 칠해져 있었다.
"마침내 내 작품을 보고 계시네요, 형사님."
강민우의 책상에 도착한 편지에는 그렇게 적혀 있었다.
"저는 예술가입니다. 삶과 죽음을 재창조하는... 20년 전 그들이 실패한 것을 저는 완성하려 해요."
편지 끝에는 검은 잉크로 그려진 문양이 있었다. 강민우는 그 문양을 본 순간 숨이 멎는 것 같았다. 그의 꿈에서 보았던 바로 그 문양이었다.
제6장: 깨어나는 기억
"형사님, 괜찮으세요?"
하진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강민우는 이미 다른 세계에 빠져들고 있었다.
20년 전, 그날 밤.
새내기 순경이었던 그는 우연히 명신여고 뒤편 숲에서 이상한 의식을 목격했다. 검은 교복을 입은 소녀들이 둥그렇게 모여 있었고, 그들 중앙에는...
"안돼..."
강민우는 식은땀을 흘리며 정신을 차렸다. 그가 그토록 오랫동안 잊으려 했던 기억이 되살아나고 있었다.
제7장: 숨겨진 연결고리
법의학과에서 새로운 보고서가 도착했다. 세 피해자의 몸에서 발견된 약물은 환각제와 방부제의 특이한 혼합물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혈액에서는 특별한 단백질이 발견됐다.
"이건 마치... 영생을 위한 실험 같아요."
법의학자가 말했다.
"누군가 인체를 영원히 보존하려 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시도는 본 적이 없어요."
강민우는 옛 기록을 더 파헤치기 시작했다. 20년 전 명신여고에는 특별한 동아리가 있었다. '영원한 생명 연구회'.
그리고 그 동아리의 고문 교사는... 현재 서울대 의대 교수로 재직 중이었다.
제8장: 교수의 고백
서울대 의대 연구실. 김태우 교수는 창백한 얼굴로 앉아있었다.
"결국 찾아오시는군요."
그는 마치 강민우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말했다.
"20년 전 일을 물으러 오셨죠?"
김교수는 서랍에서 낡은 노트를 꺼냈다. 표지에는 '영생의 비밀'이라고 적혀있었다.
"그때 우리는 큰 실수를 했습니다. 감히 건드리지 말았어야 할 것을 건드린 거죠..."
제9장: 의식의 진실
"그때 우리는 단순히 영생을 연구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김태우 교수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는 노트를 펼쳤다. 페이지마다 기이한 문양들과 복잡한 화학식이 가득했다.
"영생은 단순히 육체를 보존하는 것이 아니에요. 우리는... 영혼을 추출하는 방법을 연구했죠."
강민우와 하진은 충격에 빠졌다. 교수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우리는 순수한 영혼을 가진 15명의 소녀를 선택했습니다. 그들의 영혼을 추출해 하나로 합치면... 완벽한 생명체를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했죠."
"그럼 지금 일어나는 살인은..."
"네. 누군가가 우리의 실험을 완성하려 하는 것 같네요."
제10장: 피의 예술제
다음 날 아침, 서울 시내 유명 갤러리에서 특별전이 열렸다. '영원한 생명의 아름다움'이라는 제목의 전시회였다.
"형사님, 이거 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진이 전시회 팸플릿을 보여줬다. 작가의 이름은 '윤세아'. 20년 전 명신여고 실종된 학생 중 한 명의 이름이었다.
갤러리에 도착했을 때, 그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전시된 작품들은 모두 사람의 몸을 본뜬 조각상이었다. 그리고 그 조각상들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보였다.
제11장: 그날의 증인
"저도 그날 그곳에 있었어요."
전시장 안내원이 강민우에게 속삭였다. 그녀의 이름은 박소영. 20년 전 의식에서 유일하게 도망친 소녀였다.
"세아는... 세아는 죽지 않았어요. 그 애는 성공했거든요. 영혼 추출이..."
소영의 눈에는 공포가 가득했다.
"하지만 그 대가로... 세아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니에요. 그 애는 이제 예술 그 자체가 됐어요."
제12장: 깨어나는 기억들
강민우의 머릿속에서 잊혀진 기억들이 물밀듯이 쏟아져 나왔다.
그날 밤, 그가 본 것은 단순한 의식이 아니었다. 15명의 소녀들이 둥그렇게 모여 있었고, 그들의 몸에서는 푸른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중앙에는 한 소녀가 누워있었다. 윤세아.
그리고 그는... 그 의식을 막으려다 실패했다. 아니, 어쩌면 그의 개입이 의식을 완성시켰는지도 모른다.
제13장: 예술가의 초대
갤러리 한가운데 설치된 거대한 조각상. 그것은 마치 날개를 단 천사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그 날개는 수많은 인체의 부분들로 만들어져 있었다.
"드디어 오셨네요, 형사님."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민우가 돌아보자, 그곳에는 한 여인이 서 있었다. 새하얀 드레스를 입은 그녀는 마치 조각상처럼 아름다웠다.
"기억하시나요? 그날 밤, 당신이 저를 완성시켜 주셨어요."
윤세아였다. 하지만 그녀는 더 이상 20년 전 그 소녀가 아니었다. 그녀의 피부는 대리석처럼 하얗게 빛났고, 눈동자는 마치 보석처럼 반짝였다.
"이제... 제 마지막 작품을 위한 준비가 끝났어요."
제14장: 의식의 부활
"마지막 작품이라니...?"
강민우의 질문에 윤세아는 신비로운 미소를 지었다.
"우리 모두를 위한 작품이에요. 영원한 아름다움을 위한..."
갑자기 갤러리의 불이 꺼졌다. 어둠 속에서 조각상들이 푸른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자세히 보니 그것은 조각상이 아니었다. 실제 시신들이었다.
"20년 전, 우리는 실패했어요. 하나의 영혼만을 완성하려 했죠. 하지만 이제는 달라요. 우리 모두가... 영원한 예술품이 될 거예요."
윤세아의 몸에서도 푸른빛이 퍼져나갔다. 그녀의 피부는 점점 더 투명해지면서, 마치 유리 세공품처럼 빛났다.
제15장: 숨겨진 진실
"하진씨! 피해자들의 신원을 다시 확인해보세요!"
강민우가 무전기로 외쳤다. 그의 예감이 적중했다. 피해자들은 모두 20년 전 의식의 참가자들이었다.
"형사님..."
하진의 떨리는 목소리가 무전기를 통해 들려왔다.
"김태우 교수가... 그가 살해됐습니다. 그의 연구실이... 완전히 피바다예요."
제16장: 마지막 퍼즐
강민우는 달렸다. 하지만 그의 발걸음은 연구실이 아닌 다른 곳을 향했다. 명신여고의 지하실. 20년 전 의식이 행해졌던 그곳.
지하실 문을 열자 충격적인 광경이 펼쳐졌다. 벽면 가득 사진들이 붙어있었다. 의식에 참여했던 소녀들의 사진. 그리고 그 중앙에는... 하진의 사진이 있었다.
"이제 이해하시겠어요?"
뒤에서 하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그것은 평소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저는 윤세아의 쌍둥이 동생이에요. 언니가 의식을 완성할 수 있도록... 20년을 기다렸죠."
제17장: 쌍둥이의 비밀
"그래서 이 모든 게..."
강민우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하진이 그의 팔을 잡았다. 차가운 손. 마치 시체처럼 차가운 손이었다.
"저희도 의식의 일부였어요. 하지만 언니만 성공했죠. 저는... 실패작이 됐어요."
하진이 천천히 자신의 옷깃을 걷었다. 그녀의 피부는 마치 유리처럼 반투명했고, 그 아래로 장기들이 희미하게 비쳐 보였다.
"이제 마지막이에요. 오늘, 우리는 완벽한 의식을 완성할 거예요."
제18장: 영혼의 결합
갤러리 전시장이 변하기 시작했다. 벽이 일그러지더니 그 아래에서 의식의 흔적들이 드러났다. 20년 전 그날의 제단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던 것이다.
"보세요, 형사님. 아름답지 않나요?"
윤세아가 나타났다. 그녀의 몸은 이제 완전히 투명해져 있었고, 그 안에는 수십 개의 영혼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당신의 영혼도 필요해요. 그날 밤, 당신이 의식에 개입했을 때... 당신의 영혼도 이미 우리의 일부가 되었거든요."
제19장: 진실의 순간
강민우의 기억이 완전히 되살아났다. 그날 밤, 그는 의식을 막으려 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실수로 의식을 완성시키고 말았다. 그의 피가 제단에 흘러들어가면서, 의식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변한 것이다.
"그래서 20년 동안... 내 영혼의 일부가..."
"네, 당신의 영혼이 있었기에 제가 완성될 수 있었어요. 경찰이라는 직업을 선택한 것도, 모두 운명이었던 거죠."
갤러리 안의 모든 조각상에서 푸른빛이 쏟아져 나왔다. 그것은 마치 북극광처럼 아름다웠지만, 동시에 형언할 수 없는 공포를 자아냈다.
"이제 선택하세요, 형사님. 우리와 함께 영원한 예술이 되어줄 건가요? 아니면..."
하진이 강민우에게 권총을 건넸다. 그의 손에 익숙한 무게가 느껴졌다.
제20장: 운명의 갈림길
강민우는 권총을 들어올렸다. 하지만 그의 손이 겨누는 곳은 예상치 못한 방향이었다.
"멈춰야 해... 이건 잘못된 거야."
그가 겨눈 것은 갤러리 중앙의 거대한 조각상이었다. 20년 전 의식의 핵심이었던 제단이 그 안에 숨겨져 있었다.
"안돼요!"
윤세아와 하진이 동시에 소리쳤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강민우의 방아쇠가 당겨졌다.
제21장: 균열
총성과 함께 조각상이 산산조각났다. 그 순간,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조각상의 파편 하나하나에서 푸른빛이 터져 나왔다. 그것은 마치 수천 개의 영혼이 한꺼번에 해방된 것 같았다.
"우리의 작품이... 우리의 완벽한 예술이..."
윤세아의 몸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그녀의 투명한 피부 아래로 소용돌이치던 영혼들이 하나둘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언니!"
하진이 윤세아에게 달려갔다. 하지만 그녀의 몸도 점점 실체를 잃어가고 있었다.
제22장: 마지막 춤
갤러리 안은 영혼들의 빛으로 가득 찼다. 마치 오로라처럼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그리고 그 빛 속에서 윤세아와 하진은 마지막 춤을 추기 시작했다.
"결국... 우리는 실패한 거군요."
윤세아가 미소 지었다. 그녀의 눈에서는 투명한 눈물이 흘러내렸다.
"아니야, 언니. 우리는... 마지막으로 가장 아름다운 예술을 만들어냈어."
하진이 속삭였다. 두 자매의 몸이 빛으로 변하면서, 마지막 춤이 절정에 달했다.
제23장: 여명
날이 밝았다. 갤러리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조각상들, 시신들, 모든 것이 사라졌다. 마치 처음부터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강민우는 마지막으로 남은 증거물을 바라보았다. 20년 전 찍힌 사진 한 장. 열다섯 명의 소녀들이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
"이제... 끝난 거겠지?"
그가 중얼거렸다. 그때, 사진 속 소녀들의 미소가 더욱 환하게 빛나는 것 같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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