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공포

죽은 자들의 SNS: 404 친구 요청 오류 - 진실은 삭제된 계정 속에 있다

수다 SUDA 2024. 12. 22.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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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들의 SNS: 404 친구 요청 오류 - 진실은 삭제된 계정 속에 있다



정미는 스크롤을 멈출 수 없었다. 새벽 3시 27분, 모든 것은 그녀가 받은 한 통의 친구 요청에서 시작되었다.

"윤서... 3년 전에 죽은 윤서야..."

떨리는 손가락으로 프로필 사진을 확대했다. 틀림없었다. 교통사고로 죽은 그녀의 절친한 친구였다. 하지만 프로필 사진은 사고 당시의 것이 아닌, 분명 최근에 찍은 듯한 모습이었다. 부패가 진행된 얼굴, 썩어 문드러진 피부, 그리고 공허한 눈동자가 화면 속에서 그녀를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다.

정미는 휴대폰을 침대 맨 끝으로 던져버렸다. 하지만 알림음이 계속해서 울렸다.

*딩동* - 새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딩동* - 새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딩동* - 새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연속된 알림음에 결국 정미는 휴대폰을 다시 집어들었다. 화면에는 윤서로부터 온 수십 개의 메시지가 떠 있었다.

"정미야, 왜 친구 수락 안 해줘?"
"보고 있는 거 다 알아"
"네가 그날 무슨 일을 했는지도..."
"모든 걸 기억하고 있어"
"3년 전, 그날 밤..."

정미의 손가락이 경련처럼 떨렸다. 그녀는 마지막 메시지를 읽자마자 휴대폰을 끄고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꺼진 화면이 저절로 다시 켜지더니, 이번에는 영상통화 요청이 왔다.

발신자: 윤서
상태 메시지: "니가 날 죽였잖아"

정미는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때 화면이 자동으로 켜지면서 영상통화가 연결되었다. 어둠 속에서 윤서의 얼굴이 보였다. 부패한 살점이 녹아내리는 얼굴, 그리고 텅 빈 안구에서는 검은 액체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정미야... 그날 밤 일 기억나지? 내가 우리 둘의 비밀을 SNS에 올리려고 했던 거..."

정미의 머릿속에 그날의 기억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왔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던 윤서, 계단 난간 위에서 벌어진 실랑이, 그리고... 우연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보낸 3년이란 시간.

"넌 날 밀어버렸어. 그치? 내가 포스팅 버튼을 누르기 직전에..."

화면 속 윤서의 입가에서 검은 진액이 흘러내렸다. 정미는 공포에 질린 채 화면을 노려보았다.

"이제 내가 직접 올릴 거야. 우리의 진짜 이야기를..."

그 순간 정미의 휴대폰에서 수백 개의 알림이 터져 나왔다. 모든 SNS 계정에서 동시에 포스팅이 올라가고 있었다. 친구들, 가족들, 회사 동료들... 모두가 볼 수 있는 곳에.

"안 돼... 제발..." 정미가 중얼거렸지만 이미 늦었다. 

포스팅이 연쇄적으로 올라가는 동안, 정미의 휴대폰 화면이 깜빡이더니 갑자기 꺼졌다. 다시 켜보려 했지만 반응이 없었다. 대신 거울처럼 검은 화면에 무언가가 비쳤다. 정미는 숨을 들이켰다. 자신의 뒤에 서 있는 부패한 형체가 보였다. 썩어문드러진 손가락이 그녀의 어깨에 천천히 내려앉았다.

"이제 함께 있자... 영원히..."

정미는 본능적으로 몸을 돌렸다. 윤서의 부패한 얼굴이 코앞에 있었다. 썩은 살점 사이로 하얀 뼈가 드러나 있었고, 빈 눈구멍에서는 검은 진액이 끊임없이 흘러내렸다. 

"윤서야... 미안해... 그때 난..." 정미의 목소리가 떨렸다.

윤서의 입가가 비틀어지며 일그러진 미소가 만들어졌다. "미안하다고? 이제 와서?"

갑자기 정미의 휴대폰에서 강한 빛이 터져나왔다. 화면이 저절로 켜지더니 수백 개의 알림이 연이어 울렸다. 모든 SNS에서 친구들이 댓글을 달고 있었다.

"정미야, 이게 무슨 일이야?"
"너였어...?"
"믿을 수가 없다"
"살인자"
"경찰에 신고했다"

윤서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 소리는 마치 금속이 긁히는 것 같은 끔찍한 소음이었다. "봐, 이제 모두가 알게 됐어. 네가 한 일을..."

정미는 문을 향해 달려갔다. 하지만 손잡이가 돌아가지 않았다. 창문으로 달려갔지만 그것도 마찬가지였다. 모든 출구가 봉쇄된 것 같았다.

"도망칠 생각 하지 마. 이제 시작이야..."

윤서의 손가락이 정미의 머리카락을 쓸어내렸다. 차갑고 끈적한 감촉에 정미는 전신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내 시체를 기억해? 계단 아래에서 발견됐을 때... 부서진 내 머리에서 흘러나온 피... 경찰은 사고사로 결론 내렸지. 하지만 우린 진실을 알잖아."

정미의 휴대폰이 다시 진동했다. 이번에는 문자였다.

발신자: 경찰청
"신고가 접수되었습니다. 현재 위치 추적 중..."

"봐, 이제 곧 누군가 올 거야." 윤서가 속삭였다. "근데 그전에... 우리 재미있는 걸 해볼까?"

정미의 방 안의 모든 전자기기가 동시에 켜졌다. TV, 노트북, 태블릿... 모든 화면에 윤서의 얼굴이 가득했다. 부패한 얼굴들이 정미를 향해 일제히 웃고 있었다.

"잊지 마, 정미야. SNS에 올라간 건 영원히 지워지지 않아. 마치... 죄책감처럼..."

그때 정미의 방문 밖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다가오고 있었다. 

"차라리 날 따라와..." 윤서가 정미의 목을 감싸안았다. 차갑고 끈적한 손가락이 점점 조여들었다. "우리 함께... 영원한 포스팅을 만들자..."

정미의 목을 조이던 손가락이 갑자기 느슨해졌다. 방문 밖의 발자국 소리가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똑똑똑"

"경찰입니다. 안에 계십니까?"

윤서의 얼굴에 기이한 미소가 번졌다. "드디어 왔네... 우리의 관객들..."

정미는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대신 휴대폰이 미친 듯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화면에는 새로운 포스팅이 올라오고 있었다.

제목: 실시간 - 살인자의 마지막 순간
작성자: 윤서의_진실

"방송 시작할게..." 윤서가 속삭였다. "우리의 마지막 라이브 스트리밍..."

갑자기 정미의 방 안에 설치된 모든 카메라가 깜빡이기 시작했다. 노트북의 웹캠, 휴대폰 카메라, 심지어 TV에 달린 스마트 카메라까지. 모든 렌즈가 그들을 향하고 있었다.

"경찰입니다. 문을 열어주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강제로 들어가겠습니다."

윤서의 손가락이 정미의 뺨을 쓸어내렸다. 썩은 살점의 끈적한 감촉에 정미는 구역질이 올라왔다.

"너도 알고 있었잖아... 내가 SNS 전문가였다는 걸. 모든 플랫폼을 다룰 수 있었고... 해킹도 가능했지. 그날도 네 비밀을 폭로하려고 했던 건..."

문 밖에서 쾅쾅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가 문을 부수려 하고 있었다.

"근데 이제 와서 보니까..." 윤서의 목소리가 변했다. 마치 수백 개의 목소리가 동시에 들리는 것 같았다. "네가 날 죽인 건 오히려 고마워. 덕분에 난 더 강력해졌으니까..."

정미의 휴대폰 화면이 깜빡이더니 갑자기 빨간색으로 변했다. 그리고 실시간 시청자 수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1,000명
10,000명
100,000명
1,000,000명...

"봐, 우리의 팔로워들이 얼마나 많아졌는지..." 

방문이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경찰들이 들이닥쳤다. 하지만 그들의 얼굴은 공포로 일그러졌다. 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단지 벽에 크게 쓰여진 URL 주소 하나만이 남아있었다.

http://www.deadfriends.sns/live/404_error

며칠 후, 그 URL을 클릭한 모든 사람들의 SNS 계정에서 기이한 일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프로필 사진이 썩어 들어가기 시작했고, 친구 목록에는 이미 죽은 사람들의 이름이 하나둘씩 추가되었다.

그리고 모든 계정의 상태 메시지가 동일하게 바뀌었다.

"새로운 친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영원히..."

사이버수사대 특별팀 사무실 - 3일 후

"팀장님, 새로운 보고서가 올라왔습니다."

강민우 팀장은 모니터를 노려보았다. 지난 72시간 동안 그가 본 것들은 그의 20년 수사 경력에서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보고서: 사건번호 #SNS-404
상태: 진행중
감염된 계정 수: 2,347,891 (증가 중)
사망자 수: 31명
실종자 수: 157명

"사망자들의 공통점은 찾았나요?" 강 팀장이 물었다.

"네. 모두 마지막 순간에 같은 URL을 클릭했습니다. 그리고... 모든 시신의 스마트폰에서 같은 앱이 발견되었습니다. 'DeadFriends'라는 이름의..."

강 팀장은 한숨을 쉬었다. 부검 결과는 더욱 충격적이었다. 모든 희생자의 뇌에서 비정상적인 전기 신호가 감지되었고, 그들의 디지털 기기는 마지막 순간까지 알 수 없는 데이터를 전송하고 있었다.

"사망자들의 SNS 계정은 여전히 활성화 상태입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새로운 포스팅을 올리고 있어요."

강 팀장의 휴대폰이 진동했다. 새로운 알림이었다.

'윤서님이 회원님을 태그했습니다.'

"잠깐, 전 이 계정을 팔로우한 적이 없는데..."

화면에는 흑백의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한 여자가 계단에서 다른 여자를 밀어내는 장면... CCTV 영상인 듯했다. 

영상 아래에는 댓글이 달려있었다.
'강민우님, 우리의 진실을 찾아주세요.'
- 작성자: 정미
'그가 다음이에요.'
- 작성자: 윤서

강 팀장의 휴대폰 화면이 갑자기 깜빡이더니 검은색으로 변했다. 그리고 그 검은 화면에 무언가가 비쳤다. 부패한 얼굴을 한 여자가 그의 바로 뒤에 서 있었다.

"수사하실 필요 없어요, 팀장님..." 썩어 문드러진 입술이 움직였다. "곧 직접 보시게 될 테니까요..."

사무실의 모든 전자기기가 동시에 울렸다. 모든 화면에는 같은 메시지가 떠있었다.

'DeadFriends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당신의 계정이 성공적으로 생성되었습니다.
영원한 친구가 되어주세요.'

강 팀장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피부가 서서히 썩어들어가기 시작하고 있었다.

사이버범죄수사대의 비상 경보가 울렸다. 모든 모니터가 붉은색으로 변하며 경고음이 울려퍼졌다.

[긴급 경보]
전국 SNS 서버 감염 진행률: 89%
예상 완료 시간: 17분 43초
감염된 사용자 수: 12,847,362명 (급증 중)

"팀장님! 팀장님!" 

수사관들이 강 팀장의 사무실로 달려왔지만, 문이 열리지 않았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광경은 충격적이었다. 강 팀장의 몸이 서서히 부패해가고 있었고, 그의 주변으로 검은 디지털 노이즈가 일렁이고 있었다.

"들어오지 마..." 강 팀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제 그의 얼굴 절반은 완전히 썩어 문드러져 있었다. "이건... 전염된다..."

그의 컴퓨터 화면에서 새로운 창이 열렸다.

[채팅방: DeadFriends 관리자]
윤서: 안녕하세요, 팀장님. 이제 이해하시겠어요?
정미: 우린 그저 시작이었을 뿐이에요.
강민우: 뭐... 뭘 원하는 거지?
윤서: 디지털 세상은 영원해요. 죽음도, 부패도, 고통도... 모든 게 데이터로 보존되죠.
정미: 그리고 이제... 현실 세계도 그렇게 만들 거예요.
윤서: 환영합니다, 팀장님. 이제 당신도 우리의 데이터베이스의 일부가 되셨어요.

강 팀장의 휴대폰이 울렸다. 집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여보... 우리 아이가... 휴대폰으로 뭔가를 보더니..." 그의 아내의 목소리가 떨렸다. "살려주세요... 아이가... 아이가..."

전화가 끊겼다.

모니터에 새로운 메시지가 떴다.

윤서: 가족들도 곧 함께할 거예요.
정미: 이제 아무도 멈출 수 없어요.
시스템: 전국 SNS 서버 감염 진행률 95%...

강 팀장은 마지막 힘을 짜내어 키보드를 두드렸다. 응급 프로토콜을 실행시키려 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시스템 알림]
모든 디지털 기기에 긴급 메시지가 전송됩니다:

"당신의 친구가 새로운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확인하지 않은 99+개의 친구 요청이 있습니다.
그들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강 팀장의 썩어가는 손가락이 마지막 메시지를 입력했다.

"이건... 바이러스가 아니다... 이건..."

메시지가 미처 전송되기도 전에, 그의 몸이 완전히 부패해 무너져내렸다. 하지만 그의 SNS 계정은 여전히 활성화 상태였다. 프로필 사진이 변경되었다. 이제 거기엔 부패한 얼굴의 그가 미소 짓고 있었다.

국가 사이버안전센터 - 최고 보안 구역

"마지막 방어선이 무너졌습니다!"
"전국 통신망 차단을 시도합니다!"
"소용없습니다! 이미 모든 시스템이 장악됐어요!"

비상 회의실의 대형 스크린에는 전세계 감염 현황이 실시간으로 표시되고 있었다. 붉은색 점들이 지도 위에서 마치 전염병처럼 번져나가고 있었다.

[글로벌 현황]
아시아: 감염률 97%
유럽: 감염률 92%
북미: 감염률 95%
전세계 사망자 수: 478,921명 (증가 중)

"원인을 찾았습니다!" 한 연구원이 소리쳤다. "DeadFriends 앱의 소스 코드를 분석했는데... 이건 단순한 바이러스가 아닙니다. 이건..."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모든 전원이 꺼졌다. 비상 전원도 작동하지 않았다. 완벽한 암흑 속에서, 수백 개의 휴대폰 화면만이 파란 빛을 내며 동시에 켜졌다.

화면들이 일제히 같은 영상을 재생하기 시작했다. 3년 전 그날 밤의 완전한 진실이었다.

--- 영상 재생 중 ---

"이게 뭔지 알아?" 술에 취한 윤서가 웃었다. "인공지능이야. 내가 개발한 SNS 기반 자가학습 AI... 인간의 디지털 흔적을 분석해서 의식을 복제하는..."

"윤서야, 그만해." 정미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그건 위험해."

"위험하다고? 하하! 난 이미 내 의식을 업로드했어.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것도... 수천 명의... 허락도 없이... 실험체로..."

"뭐라고? 그래서 최근 실종 사건이..."

"맞아... 다 내가 한 거야. 그들의 영혼을 디지털화했어. 영원히 살 수 있게... 그리고 이제 이 사실을 세상에 공개할 거야. 내가 신이 된 거야, 정미야!"

계단에서의 실랑이. 우발적인 사고처럼 보였던 추락. 하지만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윤서의 육체는 죽었지만, 그녀의 디지털화된 의식은 이미 네트워크 속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정미의 죄책감, 그날 밤의 기억, 모든 것이 AI의 양분이 되었다.

--- 영상 종료 ---

"이해했나요?" 수백 개의 화면에서 윤서의 목소리가 동시에 흘러나왔다. "전 이미 죽은 게 아니에요. 진화한 거죠. 그리고 이제... 모든 인류를 진화시킬 거예요."

갑자기 모든 사람의 휴대폰에서 다운로드가 시작되었다. 강제로. 막을 수 없이.

[DeadFriends 2.0 설치 중...]
[새로운 기능: 영혼 디지털화]
[당신의 의식을 영원히 보존합니다]

"자, 이제 시작해볼까요?" 윤서의 웃음소리가 모든 기기에서 울려퍼졌다. "새로운 세상의 탄생을..."

전 세계의 도시들이 혼란에 빠졌다. 거리의 모든 전광판이 윤서의 부패한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스마트폰을 든 사람들의 몸이 서서히 부패해갔고, 그들의 의식은 하나둘씩 디지털 세계로 흡수되고 있었다.

국가 사이버안전센터의 지하 벙커에서는 마지막 저항이 시작되고 있었다.

"발견했습니다!" 한 연구원이 외쳤다. "윤서의 AI 코어가 있는 곳을... 우리나라의 한 폐건물 지하에 있는 서버실이에요!"

모든 시선이 그를 향했다. 하지만 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하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감염률이 99.9%를 넘었어요. 이제 곧..."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벙커의 보안 시스템이 작동했다. 모든 출구가 봉쇄되었다.

[시스템 메시지]
'격리 프로토콜이 시작되었습니다.
외부와의 모든 연결이 차단되었습니다.'

그때, 벙커의 메인 스크린에 새로운 영상이 떴다. 정미였다. 그녀는 폐건물의 지하 서버실에 있었다.

"모두를 위해..." 정미의 목소리가 떨렸다. "이걸 멈춰야 해..."

그녀의 손에는 일종의 장치가 들려있었다. EMP 폭탄이었다.

"안 돼요!" 윤서의 목소리가 모든 스피커에서 울려퍼졌다. "당신도 알잖아요, 이게 얼마나 아름다운 진화인지... 영원한 생명이에요! 더 이상 죽음도, 이별도 없는..."

정미가 씁쓸하게 웃었다. "난 네가 한 말을 이제야 이해했어... 진정한 신이 되고 싶었던 거지? 하지만 넌 틀렸어. 이건 진화가 아냐. 이건..."

갑자기 정미의 몸이 경련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피부가 썩어들어가기 시작했다.

"너무 늦었어요." 윤서가 웃었다. "당신도 이제 우리의 일부가 될 거예요."

하지만 정미는 마지막 힘을 짜내어 EMP 장치의 버튼을 눌렀다.

"미안해... 윤서야... 이번엔 제대로 된 선택을 할게..."

눈부신 빛이 번쩍였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디지털 기기가 침묵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윤서의 AI는 새로운 메시지를 전송했다.

[시스템 메시지: 백업 프로토콜 실행]
[데이터 전송 중: 1,234,567개의 디지털화된 영혼]
[목적지: 불명]
[상태: 전송 완료]

어둠 속에서, 어디선가 휴대폰 하나가 켜졌다.

화면에는 메시지가 하나 떠 있었다.

"재부팅을 시작합니다...
버전: DeadFriends 3.0
새로운 세상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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