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공포

전 세입자가 남긴 '그것' 때문에 이사 못 가는 이야기

수다 SUDA 2024. 12. 23.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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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부동산 중개인이다. 20년 넘게 이 일을 하면서 수많은 매물을 다뤄봤지만, 창신동 203-1번지 반지하 원룸만큼 이상한 매물은 처음이었다.

처음 이 매물을 의뢰받았을 때만 해도 평범한 반지하 원룸이었다. 깔끔하게 관리된 15평 원룸에 보증금 500, 월세 35만원이라는 저렴한 가격 덕분에 문의 전화가 끊이질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그 '냄새'였다.

첫 번째 손님과 매물을 보러 갔을 때부터 이상했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코를 찌르는 달콤한 향이 났다. 마치 썩은 과일과 부패한 고기가 뒤섞인 듯한 냄새였다. 벽지 곳곳에는 검은 얼룩이 번져있었고, 그 얼룩에서 냄새가 더 강하게 났다.

"이런 냄새는 처음이네요..." 손님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나는 환기를 시키려 창문을 열었다. 하지만 창문 틈 사이로 검은 점액 같은 것이 흘러나왔다. 끈적끈적한 그것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꿈틀거렸다. 손님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고, 나도 당황해서 집을 나왔다.

집주인에게 연락했더니 한숨만 쉬었다.

"전 세입자 때문에 그래요... 그 사람이 무슨 짓을 한 건지..."

전 세입자는 3개월 전 실종된 20대 여성이었다. 보증금도 안 찾아가고 연락이 두절됐다고 했다. 경찰 조사 결과 집 안에서는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날 이후로 이상한 일들이 계속됐다. 매물 사진을 찍으려고 방문할 때마다 벽의 검은 얼룩은 더 커져있었고, 밤이면 이웃들이 여자의 울음소리를 듣는다고 신고했다. 

어느 날 저녁, 나는 혼자 그 집을 다시 찾았다. 이번에는 냄새의 근원을 찾아내겠다고 결심했다. 

현관문을 열자 평소보다 더 강한 향이 났다. 손전등을 비추며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다. 벽의 얼룩은 이제 천장까지 번져있었고, 바닥에는 끈적한 액체가 고여있었다.

화장실 문을 열었을 때, 나는 경악했다. 세면대 거울에는 검은 액체로 쓰여진 글자가 있었다.

'도와주세요. 나가고 싶어요.'

그리고 그 순간, 뒤에서 차가운 손이 내 어깨를 붙잡았다. 

"어서 와요... 이제 당신도 여기 살아요..."

뒤돌아보니 썩어문드러진 얼굴의 여자가 서있었다. 그녀의 입에서는 검은 액체가 흘러나왔고, 온몸은 부패의 냄새를 풍겼다.

나는 필사적으로 도망쳤다. 하지만 이제 매일 밤 꿈에서 그 여자를 만난다. 그리고 매일 아침, 내 방의 벽에도 조금씩 검은 얼룩이 번져나가고 있다.

그 집의 매물 정보는 아직도 내 책상 서랍에 있다. 가끔 서랍 밑으로 검은 액체가 흘러나온다.

당신은 혹시 저렴한 원룸을 찾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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