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도시 외곽의 한 폐쇄된 정신병원에서 일하는 청소부다. 20년 전 폐업한 이 병원은 이제 재개발을 앞두고 있어서, 건물 내부를 정리하는 작업을 맡게 되었다.
오래된 건물 특유의 퀴퀴한 냄새와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찔렀다. 형광등은 대부분 깨져있었고, 복도 끝에서 간간이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바닥에는 깨진 유리조각과 먼지로 뒤덮인 의료 기구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지하 1층부터 시작해서 위층으로 올라가며 청소를 하고 있었다. 3층에 도착했을 때였다. 복도 끝에 있는 격리실에서 희미한 불빛이 새어나오는 것이 보였다. 이상했다. 전기가 끊긴 지 오래된 건물인데 어떻게 불이 들어올 수 있지?
호기심에 발걸음을 옮겼다. 문은 반쯤 열려있었고, 안에서는 낡은 TV에서 나오는 것 같은 희미한 푸른빛이 깜빡거렸다. 하지만 더 가까이 다가가보니 그것은 TV가 아니었다.
벽에 걸린 거대한 거울이었다. 그리고 그 거울 속에는 내가 아닌 다른 무언가가 서 있었다.
창백한 피부, 동공이 없는 검은 눈, 입가에 흘러내린 검붉은 액체... 그것은 분명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었지만, 사람이 아니었다. 순간 그것이 내게 손을 뻗었다. 차가운 손가락이 거울을 뚫고 나와 내 목을 향해 다가왔다.
나는 본능적으로 뒤돌아 달렸다. 하지만 복도를 달리면 달릴수록 출구는 점점 더 멀어지는 것 같았다.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뒤에서는 발소리가 들렸다. 끼익... 끼익... 마치 녹슨 의자를 끌고 오는 것 같은 소리였다.
계단을 향해 달렸다. 하지만 계단은 온데간데없었다. 대신 그 자리에는 검은 구멍이 있었고, 그 속에서는 수많은 환자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도망칠 수 없어... 우리처럼 될 거야..."
뒤를 돌아보니 수십 개의 붉은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은 천천히 다가왔고, 나는 뒷걸음질 치다가 결국 그 검은 구멍 속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눈을 떴을 때, 나는 격리실 안에 누워있었다. 하지만 이상했다. 내 몸은 묶여있었고, 팔에는 녹슨 주사기가 꽂혀있었다. 벽에 걸린 거울 속에는 내가 보였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아니었다.
창백한 피부, 동공이 없는 검은 눈, 입가에 흘러내린 검붉은 액체...
그렇게 나는 그들 중 하나가 되었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청소부를 기다리고 있다.
'창작 > 공포'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평범했던 그날, 화장실 거울 속에서 마주친 기괴한 미소 [공포/호러] (1) | 2024.12.25 |
---|---|
죽은 아내의 메시지: 카카오톡에서 온 끔찍한 초대 (0) | 2024.12.24 |
지하철 마지막 차량의 충격적인 비밀, 퇴근길에 마주한 악몽같은 공포 (1) | 2024.12.24 |
크리스마스 이브의 저주받은 선물 교환 (0) | 2024.12.24 |
성탄절 선물로 받은 죽음의 초대장 (1) | 2024.12.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