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소처럼 야근을 마치고 사무실을 나섰다. 밤 11시가 넘은 시간, 으스스한 기운이 감도는 사무실 복도를 걸으며 화장실에 들르기로 했다. 형광등 하나가 깜빡이는 화장실은 평소보다 더 춥게 느껴졌다.
손을 씻고 고개를 들어 거울을 봤을 때, 나는 그것을 발견했다. 내 뒤에 서 있는 검은 형체였다. 순간 소름이 돋았지만, 피곤한 탓에 눈이 침침해서 그런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눈을 비비고 다시 보니, 그것은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
까만 양복을 입은 그것은 머리카락이 얼굴을 덮고 있어서 표정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입술이 천천히 올라가더니, 귀까지 찢어질 듯한 기괴한 미소를 지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순간 형광등이 깜빡였고, 그 찰나의 암전 속에서 차가운 손가락이 내 어깨를 덥쩍 잡았다. 비명을 지르며 뒤돌아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다시 거울을 봤을 때, 그것은 이제 내 바로 옆에 서 있었다.
"혼자 있다고 생각했나요?"
쉰 듯한 목소리가 내 귓가에 울렸다. 그리고 그것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봤다. 얼굴이 없었다. 창백한 피부에 눈구멍만 뚫려있는 얼굴이었다.
나는 필사적으로 화장실을 빠져나왔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계단을 뛰어내려갔다. 그날 이후 난 절대 밤에 회사 화장실에 들어가지 않는다. 하지만 가끔, 퇴근길 버스 창에 비치는 내 모습 옆에서 그것이 여전히 미소 짓고 있는 걸 본다.
그리고 어느 날, 집 화장실 거울을 보다가 깨달았다. 내가 짓고 있는 미소가, 그날 봤던 것과 똑같이 기괴하게 변해있다는 것을.
이제 난 거울 속에서 천천히 나를 잠식해가는 그것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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