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연다큐멘터리 촬영감독이다. 15년 경력 동안 전 세계의 오지를 다니며 수많은 장면을 카메라에 담아왔다. 하지만 3개월 전, 강원도 깊은 산속에서 겪은 일은 아직도 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그날도 평소처럼 야생동물의 생태를 촬영하기 위해 새벽 4시에 산으로 향했다. 카메라와 삼각대를 메고 2시간을 걸어 올라가니 첫 촬영지점에 도착했다. 이곳은 멧돼지들이 자주 출몰한다는 정보를 얻은 곳이었다.
나뭇가지로 위장한 텐트를 설치하고 카메라를 세팅했다. 그리고 기다렸다. 한 시간, 두 시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새소리마저 들리지 않는 이상한 고요함이 산을 감쌌다.
정오가 되어갈 무렵, 렌즈를 통해 무언가가 보였다. 멧돼지인가 싶어 초점을 맞추려는데, 그것은 사람이었다. 검은 작업복을 입은 남자가 무언가를 끌고 가는 모습이었다. 처음에는 사냥꾼인가 싶었지만, 그가 끌고 가는 것이 커다란 검은 비닐봉지라는 걸 알게 되었을 때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카메라를 들고 조심스럽게 그를 따라갔다. 전문가다운 발걸음으로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으며 30미터 정도의 거리를 유지했다. 남자는 깊은 계곡 쪽으로 향했다.
15분쯤 걸었을까, 남자가 멈춰 섰다. 주위를 둘러보더니 비닐봉지를 계곡 아래로 던졌다. 그 순간 봉지가 찢어졌고, 나는 숨을 멈췄다. 붉은색. 선명한 붉은색이 비닐 사이로 보였다.
떨리는 손으로 카메라의 녹화 버튼을 눌렀다. 남자는 다시 주변을 살피더니 왔던 길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내 심장은 터질 것 같았다. 그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10분이 넘게 걸렸다.
용기를 내어 계곡으로 내려갔다. 비닐봉지는 반쯤 찢어진 채로 덤불에 걸려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아직도 그 광경을 생생히 기억한다. 신선한 고기 덩어리들이었다. 사람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전문적으로 도축된 흔적이 역력했다.
경찰에 신고했고, 수사 결과 그 남자는 인근 지역의 반려동물들을 잔혹하게 도살해 불법 식용 고기로 유통하던 범죄자였다. 그는 체포되었지만, 나는 더 이상 그 산에 가지 못한다.
때때로 한밤중에 잠에서 깨면, 그날의 고요함이 떠오른다. 그리고 생각한다. 내가 그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그의 다음 희생자는 어쩌면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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