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시간이 한참 지난 늦은 밤이었다. 야근을 마치고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마지막 차량을 놓치면 택시를 타야 했기에 서둘러 계단을 내려갔다.
다행히 마지막 차량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한적한 승강장에는 나 말고도 몇 명의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지하철이 들어오자 모두가 서둘러 탑승했다. 나는 가장 마지막 칸을 선택했다.
차량 안에는 나를 포함해 3명의 승객이 있었다. 중년 남성 한 명이 구석에서 졸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스마트폰을 보며 이어폰을 끼고 있었다. 그리고 맨 앞쪽에 흰 소복을 입은 여자가 앉아있었다.
지하철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터널을 지날 때마다 어둠이 차량을 삼켰다가 다시 불빛이 들어왔다. 나는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잠시 눈을 감았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갑자기 한기가 느껴져 눈을 떴다. 흰 소복을 입은 여자가 내 앞에 서 있었다. 그녀의 긴 머리카락이 얼굴을 가리고 있어서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놀란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주위를 둘러보니 다른 승객들은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지하철은 여전히 달리고 있었지만 창문 밖은 칠흑 같은 어둠뿐이었다.
"저... 죄송합니다만..." 내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걸자 여자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 순간 나는 경악했다. 그녀의 얼굴에는 눈도, 코도, 입도 없었다. 마치 하얀 캔버스처럼 텅 비어있었다.
공포에 질린 나는 문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비상 통화 장치도 작동하지 않았다. 지하철은 계속해서 어둠 속을 달리고 있었다.
여자가 천천히 다가왔다. 그녀의 발걸음 소리가 차량 안에 울려 퍼졌다. 나는 구석으로 몸을 움츠렸다. 그때 여자의 얼굴에서 입이 생기기 시작했다. 점점 커지더니 얼굴 전체를 뒤덮을 만큼 크게 벌어졌다. 그 속에서 검은 액체가 흘러나왔다.
"네 얼굴... 내가 가져가도 될까?"
여자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직접 들리는 것 같았다. 나는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눈을 감았다.
그때 갑자기 지하철이 급정거했다. 균형을 잃고 넘어지면서 눈을 떴다. 놀랍게도 나는 평소에 내리던 역에 도착해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다른 승객들도 평소처럼 자리에 앉아있었다.
하지만 흰 소복을 입은 여자는 보이지 않았다. 안도의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려는 순간, 화면에 비친 내 모습에서 경악했다.
내 얼굴은 하얗게 비어있었다.
다음 날 아침 뉴스에서는 한 여성이 지하철 마지막 차량에서 실종된 사건이 보도되었다. 경찰은 폐쇄회로 영상을 확인했지만 여성이 탑승한 모습만 있을 뿐, 하차하는 모습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 후로 매일 밤 마지막 차량에서는 얼굴 없는 여자가 새로운 얼굴을 찾아 헤맨다는 소문이 퍼졌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녀의 정체를 밝히지 못했다. 다만 늦은 밤 지하철을 탈 때면, 마지막 차량만은 피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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