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난달부터 도시 외곽의 한 아파트 12층에서 혼자 살기 시작했다. 직장에서 가깝고 전세 가격도 괜찮았기에 망설임 없이 계약했다. 하지만 그때는 몰랐다. 내 인생에서 가장 끔찍한 악몽이 시작될 거라는 것을.
처음 며칠은 평화로웠다. 새벽에 출근하고 밤늦게 퇴근하는 평범한 일상이었다. 그러다 어느 날부터인가 이상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밤마다 옆집에서 들려오는 이상한 소리들. 처음에는 그저 누군가 늦게까지 TV를 보는 소리려니 했다.
하지만 그 소리는 점점 더 이상해졌다. 마치 누군가가 바닥을 긁는 것 같은 소리, 무언가를 질질 끄는 소리, 그리고 가끔씩 들리는 신음 소리. 밤이 깊어질수록 그 소리는 더욱 선명해졌다.
어느 날 밤, 나는 용기를 내어 옆집을 찾아갔다. 초인종을 눌렀지만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관리사무소에 물어보니 옆집은 6개월째 비어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날 밤, 나는 잠들지 못했다.
다음 날, 나는 퇴근길에 우연히 엘리베이터에서 이웃 주민을 만났다. 11층에 사는 아주머니였다. 그녀는 내가 12층에 산다는 걸 알고는 창백해졌다. "혹시... 밤에 이상한 소리 들리지 않나요?" 그녀의 질문에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1년 전, 12층 옆집에 살던 부부가 있었다고. 남편이 아내를 살해한 후 시신을 욕조에 유기했다는 것이다. 경찰이 발견했을 때는 이미 며칠이 지난 뒤였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후, 밤마다 들리는 소리는 더욱 선명해졌다. 이제는 욕실 쪽 벽에서 물 흐르는 소리도 들렸다. 마치 누군가가 샤워를 하는 것처럼. 하지만 그곳엔 아무도 살지 않는다.
어느 날 밤, 평소보다 더 큰 소리에 잠에서 깼다. 옆집에서 들리는 울음소리. 나는 벽에 귀를 대고 들었다. 그때 갑자기 벽 너머에서 누군가가 내 벽을 두드렸다. 놀라서 뒤로 물러났지만, 두드리는 소리는 계속되었다.
그리고 다음 날, 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다. 관리사무소 직원이 찾아와 물었다. "혹시 어제 밤에 무슨 일 있으셨나요? 아래층 주민이 천장에서 누군가가 뛰어다니는 것 같다고 신고했거든요." 하지만 나는 어제 밤 내내 움직이지 않았다.
그날 이후로 나는 잠을 잘 수 없었다. 매일 밤 벽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고, 욕실에서는 계속해서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때로는 누군가가 내 방문 앞에서 서성이는 소리도 들렸다.
어느 날은 늦은 밤 갑자기 정전이 되었다. 핸드폰 불빛에 의지해 현관으로 가려는데, 옆집 방향에서 이상한 그림자가 보였다. 마치 누군가가 서 있는 것처럼. 하지만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점점 더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현관문이 열려있었고, 욕실 거울에는 이상한 얼룩이 생겼다. 마치 누군가가 젖은 손으로 만진 것처럼.
이웃들도 이상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밤마다 12층 복도에서 누군가가 걸어다니는 소리가 들린다고. 하지만 그 시간에 나는 깊이 잠들어 있었다.
어느 날 저녁,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니 욕실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분명 아침에 나갈 때 수도꼭지를 잠갔는데. 욕실 문을 열었을 때, 나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욕조가 가득 차 있었고, 물속에는 희미하게 무언가가 보였다.
그날 밤 이후, 나는 더 이상 그 집에서 살 수 없었다. 짐을 싸서 부모님 집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이상한 것은, 그 이후로도 가끔 핸드폰으로 그 집의 현관 비밀번호가 눌리는 알림이 온다는 것이다.
며칠 전, 용기를 내어 집주인에게 연락했다. 보증금을 포기하더라도 계약을 해지하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집주인의 대답이 이상했다. "12층이요? 저희 건물은 11층까지밖에 없는데요?"
나는 혼란스러웠다. 분명 계약서에도, 엘리베이터 버튼에도 12층이 있었다. 확인하기 위해 다시 그 아파트를 찾아갔다. 멀리서 보니 정말로 11층짜리 건물이었다. 하지만 가까이 가서 보니 12층이 보였다. 그리고 그때, 12층 내 집 창문에서 누군가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경찰에 신고했지만 그들도 의아해했다. 건축물대장에는 분명 11층으로 기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장에 출동한 경찰들은 12층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고 한다.
그 후로 여러 가지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밤에는 12층이 생기고 낮에는 사라진다는 소문, 12층에 들어간 사람은 다시는 나오지 못한다는 소문, 심지어는 그 층 전체가 다른 차원이라는 소문까지.
얼마 전, 그 아파트 근처를 지나가다가 우연히 11층에 살던 아주머니를 만났다. 그녀는 더욱 창백해진 얼굴로 말했다. "요즘은 13층에서도 이상한 소리가 들려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등줄기가 오싹해졌다.
지금도 가끔 꿈에서 그곳을 본다. 12층의 복도,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벽, 그리고 물이 가득 찬 욕조. 때로는 꿈에서 깨어나도 여전히 그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마치 지금도 누군가가 내 옆에서 속삭이고 있는 것처럼.
어제는 새로 이사 간 집 우편함에 낯선 편지가 하나 들어있었다. 발신인은 없었지만, 주소가 적혀있었다. "12층 1호" 편지는 아직도 뜯지 못한 채 서랍 속에 있다. 가끔 밤중에 서랍 안에서 누군가가 편지를 긁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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