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야근이 잦은 IT 회사에 다니고 있다. 늦은 밤 퇴근길은 이제 일상이 되어버렸다. 지하철역까지 가는 길은 으슥하고 어두웠지만, 그래도 익숙해진 탓에 무서움 없이 걸을 수 있었다.
그날도 평소처럼 밤 11시가 넘어서 퇴근했다. 으슥한 골목길을 걸어가는데 갑자기 뒤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나를 따라오고 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그냥 지나쳤을 일이지만, 그날따라 유독 발소리가 크게 들렸다.
뒤를 돌아보니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분명히 발소리는 들렸다. 걸음을 빨리하자 뒤에서도 발소리가 빨라졌다. 이제는 확실했다. 누군가 나를 쫓아오고 있었다.
공포에 질려 뛰기 시작했다. 뒤에서도 누군가 뛰는 소리가 들렸다. 골목을 빠져나와 큰길로 나왔지만, 심야 시간이라 거리에는 아무도 없었다. 지하철역까지는 아직 5분 정도 남았다.
그때 길가의 유리창에 비친 모습을 보고 숨이 멎는 것 같았다. 내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유리창에는 내 어깨 위로 길게 늘어진 검은 그림자가 보였다. 그리고 그 그림자 속에서 붉은 눈동자가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순간 온몸이 얼어붙었다. 도망칠 수도 없었다. 그 붉은 눈동자는 계속해서 나를 응시했고, 점점 더 선명해졌다. 그리고 어깨 위의 그림자가 서서히 내 목을 감싸기 시작했다.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뛰기 시작했다. 지하철역이 보이자 안도감이 들었다. 역사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사람들이 보였다. 그제서야 안심이 되었다.
하지만 집에 도착해서 거울을 보니 목에는 시커먼 손자국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그 날 이후로 매일 밤 누군가 내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문을 열어보면 아무도 없지만, 거울 속에서는 그 붉은 눈동자가 나를 계속 지켜보고 있다.
며칠 전부터는 회사 동료들이 내 모습이 이상하다며 걱정한다. 거울 속 내 모습을 보니 어째서인지 목 위로 검은 그림자가 자라나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거울을 보다가 깨달았다. 내 눈동자가 점점 붉게 변하고 있었다.
퇴근길에 마주친 그 존재는 나를 잡아먹은 게 아니었다. 나를 자신과 같은 존재로 만들고 있었다. 이제 밤마다 나도 늦게 퇴근하는 회사원들의 뒤를 쫓아다닌다. 내일은 누구를 만나게 될까. 당신도 혹시 늦은 밤 퇴근길에 뒤에서 발소리가 들린다면, 절대로 뒤를 돌아보지 마시길. 그리고 길가의 유리창도 보지 마시길. 당신 뒤에 서 있는 검은 그림자와 눈이 마주칠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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