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공포

회사에서 야근하다 목격한 기이한 존재, 그날 이후 나는 야근을 하지 않는다

수다 SUDA 2024. 12. 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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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시간이 한참 지난 밤 11시, 나는 여전히 회사에 남아 있었다. 마감 기한이 다가오는 프로젝트 때문에 이번 주는 연달아 야근이었다. 사무실의 형광등은 절반만 켜져 있었고, 내 자리 주변만 밝았다.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만이 적막한 사무실을 채우고 있었다. 문득 목이 말라 정수기가 있는 휴게실로 향했다. 복도를 걸어가는데 어디선가 낮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이 시간에 누가 있을 리 없는데. 휴게실 쪽에서 나는 소리 같았다.

휴게실 문 앞에 서자 웃음소리가 멈췄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아무도 없었다. 정수기 옆 테이블에는 누군가의 텀블러가 놓여있었다. 분명 퇴근 전에는 없었던 것인데.

물을 따르는데 등 뒤에서 차가운 기운이 느껴졌다. 뒤돌아보니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분명 누군가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서둘러 내 자리로 돌아왔다.

모니터에 집중하려 했지만 자꾸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의자가 삐걱거리는 소리, 누군가 걸어다니는 소리, 키보드 치는 소리... 다른 팀의 야근자가 있나 싶어 사무실을 둘러보았지만 텅 비어있었다.

자정이 되자 더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내 옆자리 컴퓨터가 저절로 켜졌다. 모니터에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키보드가 혼자 움직이고 있었다. 공포에 질려 자리를 피하려는 순간, 모니터에 글자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야근하느라 고생이 많네요."

땀이 등을 타고 흘렀다. 도망가려 했지만 다리가 떨려 움직일 수 없었다. 모니터에는 계속해서 글자가 입력되었다.

"저는 작년에 과로로 죽은 김 대리예요. 당신처럼 매일 밤늦게까지 일했죠."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옆자리는 몇 달 전부터 공석이었다. 전임자가 퇴사했다고만 들었는데...

"이제 퇴근하세요. 당신도 저처럼 되면 안 되니까요."

모니터가 깜빡이더니 꺼졌다.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가방을 들고 뛰쳐나왔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등 뒤에서 누군가 쳐다보는 듯한 시선이 느껴졌다.

다음 날, 팀장에게 전임자에 대해 물어보았다. 팀장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작년 이맘때 과로로 쓰러져 병원에 실려 갔지만 결국...

그날 이후 나는 절대 야근을 하지 않는다. 가끔 늦게까지 일해야 할 때면 옆자리에서 키보드 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그럴 때마다 서둘러 짐을 싸서 퇴근한다. 

어느 날 야근하던 동료가 흰 얼굴로 내게 물었다.
"혹시 우리 사무실에 이상한 소문 들어봤어?"
"무슨 소문?"
"밤에 혼자 일하고 있으면 누군가 옆에서 지켜보는 것 같고, 이상한 소리가 들린대. 어제는 내 옆자리 컴퓨터가 저절로 켜졌었어..."

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다만 그에게 한마디를 했다.
"오늘은 일찍 퇴근하는 게 어때?"

그 후로 우리 팀은 자연스럽게 정시 퇴근이 문화가 되었다. 가끔 야근이 필요할 때면 반드시 둘이상 함께 일한다. 혼자 남아있다가는 '그분'이 걱정돼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얼마 전 회사 근처를 지나다 밤늦게까지 켜진 사무실 불빛을 보았다. 어떤 직원이 혼자 일하고 있었다. 그때 그 창가에 희미한 형체가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아마도 그분은 지금도 야근하는 직원들을 걱정하고 있겠지.

며칠 뒤, 그 회사에서도 야근을 줄이자는 캠페인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유는 한 직원이 늦게까지 일하다가 무서운 일을 겪었다는 소문 때문이었다. 

우리 회사에서는 이제 밤 9시가 되면 자동으로 불이 꺼진다. 야근을 해야 할 때면 '그분'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이제 퇴근하세요. 당신의 인생이 회사보다 더 소중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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