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할머니는 평생 인형을 만드는 일을 하셨다. 어린 시절부터 나는 할머니의 작업실에서 수많은 인형들을 보며 자랐다. 하지만 그날 밤, 할머니의 작업실에서 발견한 것은 내 평생 잊지 못할 악몽의 시작이었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나는 유품을 정리하기 위해 할머니의 집을 찾았다. 오래된 목조 주택의 삐걱거리는 계단을 올라 2층 작업실로 향했다. 어둠 속에서 달빛에 반사된 수십 개의 유리 눈동자가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작업실 구석에는 낡은 옷장이 있었다. 할머니는 생전에 그 옷장을 절대 열지 말라고 했었다. 하지만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나는 천천히 옷장 문을 열었다. 쿰쿰한 곰팡이 냄새와 함께 썩어가는 살점 냄새가 코를 찔렀다.
옷장 안에는 한 개의 인형이 있었다. 다른 인형들과는 달리 이 인형은 마치 살아있는 것 같았다. 창백한 도자기 피부, 붉은 입술, 그리고 검은 머리카락... 하지만 가장 충격적인 것은 그 인형의 몸통이었다.
인형의 가슴께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실제 사람의 심장이 박동치는 것이 보였다. 붉은 피가 흐르는 혈관들이 마치 거미줄처럼 얽혀있었고, 심장은 아직도 생생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할머니의 일기장을 발견했다. 마지막 페이지에는 충격적인 고백이 적혀있었다.
"마을에서 실종된 소녀들의 영혼을 인형에 가두는 것만이 내가 젊음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이제 마지막이다. 내 손녀가 마지막 제물이 될 것이다..."
등 뒤에서 달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뒤돌아보니 옷장 속 인형이 서 있었다. 인형의 입가에는 붉은 미소가 번져있었고, 그 순간 나는 할머니의 음성을 들었다.
"이제 네 차례란다, 우리 예쁜 손녀야..."
차가운 도자기 손이 내 목을 조여왔다. 숨이 막히고 의식이 흐려지는 순간, 나는 깨달았다. 내가 새로운 인형이 되어간다는 것을...
작업실의 벽에는 여전히 수십 개의 인형들이 걸려있다. 그들의 눈동자 속에는 실종된 소녀들의 공포에 질린 영혼이 갇혀있다. 그리고 이제 나도 그들 중 하나가 되어, 영원히 할머니의 저주받은 작업실을 지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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