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공포

할머니가 남긴 붉은 항아리의 저주: 제사상에서 들려오는 으스스한 속삭임

수다 SUDA 2024. 12. 23. 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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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벌써 49일이 지났다. 그동안 매일 밤 악몽에 시달렸다. 꿈에서 어머니는 항상 붉은색 한복을 입고 나타나셨는데, 얼굴은 하얀 천으로 가려져 있었다. 어머니는 내게 손짓하며 다가오셨고, 나는 그때마다 식은땀을 흘리며 잠에서 깨어났다.

어젯밤, 나는 어머니의 49재를 지내기 위해 시골 종갓집을 찾았다. 밤이 깊어질수록 바람이 거세졌고, 처마 끝에 달린 풍경이 불길하게 울렸다. 제사상을 차리던 중 할머니가 쓰시던 오래된 장롱 깊숙한 곳에서 붉은 항아리 하나를 발견했다. 항아리는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따뜻했고, 만질 때마다 희미한 진동이 느껴졌다.

"그 항아리는 절대 열어서는 안 돼."

큰아버지의 단호한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내 손가락이 항아리 뚜껑에 닿는 순간, 처참한 비명이 들려왔다. 그것은 분명 어머니의 목소리였다.

항아리 안에서는 시커먼 액체가 끓어올랐고, 썩은 고기 냄새가 진동했다. 액체 속에서 하얀 것이 떠올랐다. 그것은 사람의 얼굴이었다. 하지만 눈구멍이 텅 비어있었고, 입가에는 말라붙은 핏자국이 선명했다. 

"네 할머니는 무당이었다." 큰아버지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50년 전, 이 마을에 무서운 역병이 돌았을 때, 할머니는 마을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악귀와 거래를 했다. 악귀는 마을 사람들의 목숨을 살려주는 대신, 매 30년마다 할머니의 자손 중 한 명의 영혼을 가져가기로 했다."

나는 그제서야 깨달았다. 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신 이유를. 그리고 왜 내게 계속해서 손짓하며 나타나셨는지를.

"마지막 제물은... 바로 네 차례다."

큰아버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항아리 속 검은 액체가 폭발적으로 솟구쳐 올랐다. 끈적끈적한 액체가 내 몸을 휘감았고, 나는 숨을 쉴 수 없었다. 그 순간, 어머니의 모습이 보였다. 하얀 천으로 가려진 얼굴 아래로 처참한 미소가 번졌다.

"이제 네가 나와 함께 있어야 할 때란다."

차가운 손이 내 목을 조여왔다. 의식이 흐려지는 순간, 나는 할머니의 일기장에서 본 주문을 떠올렸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내 영혼이 서서히 항아리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고, 나는 이제 영원히 이 저주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 나는 붉은 항아리 속에서, 다음 제물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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