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지하철은 언제나처럼 사람들로 가득했다. 나는 매일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역에서 내리는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그날도 평소처럼 핸드폰을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갑자기 지하철이 터널 중간에서 멈췄다. 방송에서는 기술적인 문제로 잠시 정차한다는 안내가 나왔다. 사람들은 짜증을 내기 시작했고, 나도 마찬가지였다.
10분, 20분, 30분이 지나도 지하철은 움직이지 않았다. 형광등이 깜빡거리기 시작했고, 차갑고 습한 바람이 어디선가 불어왔다. 처음에는 에어컨 바람인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바람이 점점 더 차가워졌다.
그때였다. 반대편 칸에 있던 사람들이 갑자기 우리 칸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무슨 일인지 궁금해서 그쪽을 바라보니, 반대편 칸이 완전히 어둠에 잠겨 있었다. 그리고 그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었다.
사람들은 점점 더 공포에 질려갔다. 누군가는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고, 다른 사람들은 문을 두드리며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아무도 우리를 도와주러 오지 않았다.
어둠은 천천히 우리 칸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형광등이 하나둘씩 깜빡이다가 꺼졌다. 그리고 그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보이는 것들. 사람의 형상을 한 무언가가 천장을 기어 다니고 있었다.
갑자기 내 옆에 있던 사람이 비명을 질렀다. 그의 다리를 무언가가 잡아당기고 있었다. 까만 손가락이 그의 발목을 감싸고 있었고, 순식간에 그를 어둠 속으로 끌고 갔다.
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어 있었다. 주변의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서로를 붙잡고 있었지만,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어둠 속으로 사라져갔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그것을 보았다. 어둠 속에서 나타난 그것은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얼굴이 없었다. 피부는 하얗게 썩어 있었고, 긴 팔다리는 마치 거미줄처럼 천장을 타고 다녔다.
나는 도망치려 했지만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그것이 내게 다가왔다. 차가운 손가락이 내 어깨에 닿았을 때, 나는 정신을 잃었다.
눈을 떴을 때, 나는 병원 침대에 누워있었다. 의사는 내가 지하철에서 쓰러졌다고 했다. 그날 밤의 일을 이야기하려 했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그날 밤 지하철에서 일어난 일이 진실이라는 것을. 매일 밤 악몽에서 나는 그 존재를 다시 만난다. 그리고 가끔, 지하철을 탈 때면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지금도 나는 그날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밤이면 찾아오는 악몽, 지하철을 탈 때마다 느끼는 공포, 그리고 어둠 속에서 들리는 이상한 소리들. 모든 것이 그날의 흔적이다.
의사는 내가 스트레스성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날 밤 본 것이 진짜라는 것을. 그리고 언젠가 그것이 다시 나를 찾아올 것이라는 것도.
요즘은 퇴근 시간을 일부러 늦추거나 택시를 타고 다닌다. 하지만 이렇게 도망 다닐 수만은 없다는 것도 안다. 언젠가는 그것과 다시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때는... 아마도 이번에는 도망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어제도 지하철역 근처를 지나갈 때 그 느낌이 들었다. 누군가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 뒤를 돌아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다만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들리는 발자국 소리만이 내 귓가를 맴돌았다.
이제 나는 더 이상 혼자 있는 것이 두렵지 않다. 오히려 사람들 사이에 있을 때가 더 무섭다. 그 존재가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나타났을 때, 또다시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 더욱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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