귓속말로 들려오는 죽은 아내의 목소리, 그리고 매일 밤 화장실 거울에 나타나는 핏자국의 정체
집에서 혼자 살게 된 지 3년째. 아내가 떠난 후, 나는 매일 밤 그녀의 목소리를 듣는다. 처음에는 단순한 환청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점점 더 선명해졌고, 이제는 마치 그녀가 내 귓가에 직접 속삭이는 것처럼 느껴진다.
"여보... 나 여기 있어..."
매일 밤 12시가 되면 어김없이 들리는 그 목소리. 처음에는 그저 그리움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점점 더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화장실 거울에는 매일 밤 새로운 핏자국이 나타났고, 아무리 닦아내도 다음 날이면 또다시 새로운 자국이 생겼다.
그날도 평소와 같은 밤이었다. 나는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잠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계는 11시 59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리고 예상대로 자정이 되자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 오늘은 진실을 말해줄게..."
이전과는 다른 말이었다. 나는 숨을 죽이고 귀를 기울였다.
"당신이... 날 죽인 거... 기억나지 않아...?"
순간 온몸이 얼어붙었다. 3년 전 그날 밤의 기억이 서서히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던 내가, 화장실에서 아내와 말다툼을 하던 순간. 그리고... 미끄러운 타일 바닥에서 벌어진 치명적인 사고.
아니, 사고가 아니었다.
나는 벌떡 일어나 화장실로 달려갔다. 거울 속에는 내가 아닌 다른 모습이 비쳐보였다. 핏자국으로 뒤덮인 거울 속에서 아내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핏기 없이 창백했고, 목에는 선명한 멍 자국이 남아있었다.
"이제 기억이 나...?"
그녀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이번에는 귓속이 아닌, 거울 속에서.
"그래... 당신이 날 죽였어... 화장실 바닥에서 미끄러진 게 아니라, 당신이 내 목을 조르다가..."
기억이 홍수처럼 밀려왔다. 술에 취해 분노를 참지 못하고 그녀의 목을 조르던 순간, 그녀의 마지막 숨소리, 그리고 그 이후 경찰에게 거짓말을 하던 순간까지.
"이제... 같이 가야 할 시간이야..."
거울 속 그녀의 모습이 점점 선명해졌다. 그리고 갑자기 차가운 손이 내 목을 감싸쥐었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이 점점 흐려지기 시작했고, 그녀의 웃음소리만이 귓가에 맴돌았다.
마지막 순간, 나는 깨달았다. 매일 밤 거울에 나타나던 핏자국은 내 양심이 흘리던 피였다는 것을...
그리고 이제, 나는 그녀와 함께 영원히 이 화장실 거울 속에 갇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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